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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ric Balchunas X
이번 약세는 비트코인 고유의 악재라기보다 거시 역풍의 성격이 짙습니다. 가장 최근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월 기준 전년 대비 3.8% 올라 직전 달의 3.3%에서 다시 가팔라졌습니다. 상승을 주도한 것은 에너지로, 휘발유 가격이 한 해 동안 28.4% 뛰었습니다. 중동에서 교전이 재발해 유가가 다시 오르고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상태가 이어진 영향입니다. 물가가 다시 자극받자 연준이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굳어졌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증시가 신고가를 이어간 것은 자금이 위험자산을 떠난 게 아니라 AI를 중심으로 재편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스페이스엑스, 오픈AI, 앤스로픽 등 대형 기술기업의 기업공개(IPO)가 잇따라 예고되면서, 한정된 위험자산 자금이 미리 그쪽으로 옮겨간다는 관측도 더해졌습니다. 스페이스엑스는 주당 $135, 약 $75B 규모로 6월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성사되면 사상 최대 IPO가 됩니다. 비트코인은 이 자금 재편의 반대편에 놓였고, 레버리지 청산까지 겹치며 하락이 증폭됐습니다.
최근 가장 많이 언급된 하락 원인은 스트래티지(MSTR)의 비트코인 매도였습니다. 회사는 5월 말 32 BTC를 평균 $77k에 매도했고, 미국시간 6월 1일 8-K 공시로 이를 알렸습니다. 매도 대금 약 $2.5M은 고배당 우선주의 배당 재원으로 쓰일 예정입니다. 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을 판 것은 2022년 12월 세금 목적 매도 이후 두 번째로, 회사 역사상 손에 꼽는 드문 일입니다. 평균 매입가 $75,699를 웃도는 가격에 판 것이라 손실을 떠안은 매도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규모를 보면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습니다. 스트래티지는 5월 31일 기준 843,706 BTC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매도는 보유량의 0.004%에 그칩니다. 또한 비트코인 가격은 6월 1일(미국시간)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하락세였습니다. 32개 매도 때문에 하락이 시작됐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미 빠지고 있던 시장에 낙폭을 키운 정도로 보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비슷한 공급 우려는 마운트곡스에서도 나왔습니다. 6월 2일 마운트곡스 관련 지갑이 약 $739M어치 비트코인을 새 주소로 옮기면서 매도 공포가 번졌습니다. 다만 코인은 거래소나 수탁기관이 아닌 새 지갑으로 이동했을 뿐 실제 매도로 확인되지 않았고, 채권 상환 절차에 따른 이런 이체는 2024년 상환이 시작된 뒤 여러 차례 반복돼 온 일입니다. 이 또한 가격 하락의 빌미를 찾는 과정에서 익숙한 악재가 다시 소환된 쪽에 가깝습니다.
기술적 우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양자컴퓨터 위협론이 다시 부각됐지만, 최근 며칠 사이 새로운 기술적 진전이나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올 3월 공개된 구글의 양자 연구를 계기로 형성된 논의가, 가격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사후적으로 다시 호명된 성격이 강합니다. 리서치 기관 CoinShares는 올해 2월 보고서에서 양자 위협을 실재하지만 제한적이고 이미 대응이 진행 중인 리스크로 정리했습니다. 비트코인의 서명 체계를 깨려면 수백만 개의 큐비트가 필요한데, 현재 최고 수준인 구글의 칩은 105큐비트에 머뭅니다. 공개키가 드러나 이론상 취약한 물량은 약 1.6M BTC이지만, 그중 시장에 충격을 줄 만큼 큰 것은 약 1만 BTC뿐이며, 이마저 하드포크 없이 양자내성 주소로 옮길 수 있다고 Coinshares는 설명합니다. 채굴에 쓰이는 작업증명의 10분 블록 주기 역시 양자 공격자가 쉽게 넘기 어려운 구조적 방어막으로 꼽힙니다. 미국 표준기술연구소(NIST)가 2024년 양자내성 암호 표준을 확정하면서 대응의 토대도 마련됐습니다. 암호학적으로 의미 있는 양자컴퓨터의 등장 시점은 보수적으로 10~15년 뒤로 추정됩니다.
시장의 약세와 달리 워싱턴에서 나온 신호는 우호적이었습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6월 3일(현지시간) 상원 재무위원회 청문회에서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SBR)을 신중한 속도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고, 디지털자산 시장 규율을 담은 CLARITY Act의 여름 내 통과를 촉구했습니다. 이 법안은 5월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표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만 준비금은 압류 자산을 중심으로 운용되며, 베센트가 지난해 추가 매입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신규 매수 프로그램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루 앞선 6월 2일에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26~2030 회계연도 전략계획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세 가지 핵심 전략 목표를 제시했는데, 그 첫 번째 목표 안에 디지털자산과 분산원장기술을 위한 합리적이고 일관된 규제 토대 마련을 명시적 과제로 담았습니다. 디지털자산이 SEC 전략계획의 정식 과제로 자리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다만 초안은 의견 수렴 단계로, 실제 규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의견 접수는 7월 2일까지 진행됩니다.
제도의 방향과 시장의 단기 흐름이 당분간 따로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준 한 주였습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여기가 바닥인가’로 모이고 있습니다.
코빗 리서치센터 김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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