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SEC

SEC는 그간 이더리움 현물 ETF의 승인 여부나 전망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며 “과제가 남아있다(has challenges)”, “업계 전체가 사기와 오남용으로 만연하다(the whole field is rife with abuses and fraud)”등의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참고) 또한 SEC는 이더리움과 여러 알트코인이 증권이라고 주장하며 거래소들과 지갑 서비스 업체들을 ‘미등록 증권’ 관련 혐의들로 고발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이더리움 재단과 관련 업체들, 유니스왑 등 DEX에게까지 웰스노티스를 발부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었습니다.

그런 SEC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19b-4 신청서 관련하여 거래소들과 연락하기 시작했다는 소식들이 21일부터 보도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최종 검토기일(미국시간 23일)이 도래하는 VanEck와 함께 Greyscale, BitWise, Blackrock, ARK 등 다른 ETF 상품들의 19b-4 신청서들도 24일 새벽 일괄 승인되었습니다.

코인베이스의 CLO인 Paul Grewal은 SEC의 승인 문서를 자신의 X(구 트위터)에 업로드하며 “이더리움은, 우리가 항상 알고 있던 것처럼, 사실상 상품(commodity)으로 간주되었다.”라고 평했습니다. 그간 SEC가 이더리움과 여타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간주해야 한다며 벌여온 행태들을 꼬집은 것입니다.

출처: Paul Grewal X

이 극적인 변화 뒤에는 미국 정치 지형의 변화가 있습니다.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Elizabeth Warren 의원 등을 중심으로 반 가상자산(Anti-crypto) 스탠스를 분명히 하고 있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SEC 또한 민주당과 행정부의 방향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의회에서 명확한 변화들이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가상자산 업계에 큰 부담이 되었던 SEC의 ‘가상자산 수탁의무 회계지침(SAB 121)’을 무효화 시키는 H.J.Res.109가 미국시간 8일 228:182로 하원을 통과한 데 이어 미국시간 16일 상원도 60:38으로 통과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표결에 앞서 거부권(veto)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었습니다.

이어 ‘21세기 금융혁신법안(Financial Innovation and Technology for the 21st Century Act, FIT21)’으로 불리우는 H.R.4763이 23일 새벽 큰 279:136이라는 큰 표차로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이 법안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었지만, 표결 직전 백악관이 성명서를 통해 ‘계속 논의할 의향이 있다’라며 거부권 행사 철회를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Bankless X

출처: 백악관

FIT21법안(H.R.4763) 은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 가상자산 관련 규제의무를 SEC와 CFTC에 나눌 것
• "탈중앙화 테스트"를 통해 토큰이 증권인지 아닌지 판단할 것
• 크립토 증권은 SEC가, 크립토 상품(commodities)은 CFTC가 관할할 것
• 크립토 토큰이 탈중앙화되어 상품(commodities)이 되는 시간을 허락할 것 (세이프 하버 조항과 유사)

이 법안은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금액을 연간 소득의 10% 이하 또는 순자산의 10% 이하로 제한하는 등 '한계' 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상자산 지지자들에게는 '완벽하지 않은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것, 그리고 대통령이 거부권 철회를 암시한 것에 대해 가상자산 커뮤니티는 "큰 승리"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친 가상자산(pro-crypto) 법안에 대한 초당적(bipartisan) 지지 움직임입니다. 가상자산 이슈는 원래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정쟁이었는데, 최근 표결상황을 보면 공화당 의원들은 물론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도 상·하원 양원에서 친 가상자산 투표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으로 후원금을 받겠다며 “크립토 군단(Crypto Army)”를 만들자는 글을 게시했습니다. “반 크립토 군단(Anti-crypto army)”을 만들겠다던 민주당의 Elizabeth Warren 의원을 ‘저격’하는 동시에 친 가상자산 스탠스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입니다. 포츈과 폴리티코 등은 트럼프가 2024년 선거에 대비하여 가상자산 지지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평했습니다.

출처: Wayne Vaughan X

가상자산 관련 이슈와 법안들은 2024년 미국 대선에 강력한 영향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특히 재선에 임하는 바이든 현 대통령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SEC의 갑작스러운 이더리움 현물 ETF 19b-4 일괄 승인, 더 나아가 가상자산 관련 법안 표결에서 초당적인 방향성이 보이는 것도 이러한 부담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더리움 현물 ETF는 거래 시작 전까지 s-1(증권신고서) 서식 승인이라는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또한, 19b-4 승인은 SEC의 직원들이 내린 결정으로, 5명의 SEC 위원(commissioner) 중 가상자산 반대 입장인 Crenshaw나 Lizárraga 위원이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Crenshaw 위원의 임기는 6월 5일까지이고, 현재의 미국 내 정치적 상황과 겐슬러 의장의 입지를 고려할 때 이더리움 현물 ETF는 머지않아 승인될 것으로 보입니다.

코빗 리서치센터 김민승